안녕하세요. 저는 기계공학부 14학번 이가원입니다.

 

저는 지난 한 학기, 국제처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20172월부터 7월까지 영국 University of Sheffield에서 4학년 1학기를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현지 학교에서는 유학생들이 이질감 없이 서로 어울리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준비해주었고, 현지 학생들과 교직원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지내는 동안, 저는 여태껏 꿈꿔왔던 삶을 직접 실현해보고 색다른 생활 방식을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제가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경험을 했다고 느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낯선 외국에서 지내는데서 오는 긴장보다는 되찾은 삶의 여유가 더 컸습니다. 그동안은 어떤 목표를 위해 다른 일상을 미뤄두는 것에 익숙했다면, 적어도 이번만큼은 되도록 그 순간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에 응해보며 지냈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며 내일은 오늘보다 덜 주저하기를,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기를 다짐한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자극을 받기에는 역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일이었습니다. 마침 영국에서는 드물게 한국어학과가 있어서 언어교환 친구도 사귈 수 있었고, 티타임 동아리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과 매주 다른 주제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영국 문화를 주제로 한 유학생 세미나에 참여한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당일치기 여행 프로그램을 홀로 신청했다가 다른 학생과 반나절 만에 마음이 맞는 동행이 되기도, 어느 강연에서 옆 자리에 앉은 사람과 우연히 대화를 나눴다가 한 학기 내내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국은 생각보다도 더 많은 세계인들이 모인 곳이었고 이미 국제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분명히 영국 땅에서 지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흔히 말하는 영국 발음만이 아니라 수많은 국가 출신 사람들의 독특한 악센트에도 귀가 트일 정도였습니다. 여러 문화권 출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확실히 시야를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 특히 다양성의 공존과 그 이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문화를 접한다는 것은 삶을 더 풍성하게 구성할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의식주조차 새롭게 꾸려나가는 곳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목격하는 만큼 제가 수용한 변화도 많았고, 그럴수록 일상은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던 환경 속에서 제가 어떤 것을 원하는 사람인지 사색에 잠겨 보낸 시간이 참 많았습니다.

 

한편 저는 대부분의 기본 전공을 이미 3학년까지 본교에서 들은 후였기 때문에, 학년과 선수과목에 제한받지 않고 흥미로운 강의를 골라 듣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교환학생을 비교적 느지막한 시기에 가서 있었던 장점이었습니다. 덕분에 학과 공부도 의욕 가득하게 할 수 있었고, 본교 커리큘럼과 겹치지 않는 독특한 전공과목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 있습니다. 제 오랜 꿈이던 스코틀랜드의 광활한 자연 속을 걸었고, 잉글랜드의 국립공원 두 곳을 다녔습니다. 그 풍경 속에서 제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영국과 인근 유럽 국가들로 다녔던 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행복이 벅차오르던 때였습니다.

 

어느새 끝나버린 꿈같은 시절이 200페이지의 일기장 속에 기록으로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곳에서 겪었던 일, 들었던 모든 생각과 감정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졸업 전 마지막 기회였던 지난 학기에 이토록 멋진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